예수님은 수퍼 스타.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5/13 18:53

어젯밤에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Jesus Christ Superstar를 새삼 돌려보고 화르륵 타올랐습니다.
영화 버전 팬들에게는 돌 맞을 일입니다만 사실 처음엔 테드 닐리가 별로 성에 안 찼더랍니다. 일단 비주얼은 무지하게 취향인데 말이죠. 표지에서부터 '헉, 관상이 딱 예수다! >_<' 하고 필이 퍼억 꽂혔답니다. 황갈색 머리카락과 수염을 뽀대나게 기른 쪼끄만 남자가 푸대자루 같이 헐렁한 흰 옷 하나 덜렁 걸치고 등발 좋은 제자놈들 사이를 종종거리고 돌아다니는 거 느무 좋지 않습니까. 아우우. (옆에 앉으신 어머님은 1분마다 어쩜 저렇게 잘생겼냐며 감탄사를 발하고 계시더이다. 과연 줄리엣 비노쉬의 미모에 퇴짜를 놓으신 어머님, 눈이 높으십니닷)
헌데 뭐가 불만이어서 무려 성에 안 찬다고 왈왈댔느냐 하면, 목소리가 문제였습니다. 들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테드 닐리는 엄청나게 음역이 높습니다. 좀 심하게 억지를 쓰면 여성이라 우겨도 통할 정도로 굉장한 고음이거든요. 3년간 몸과 마음을 바쳐 주의 뜻에 따르고 보니 남은 건 지독한 피로와 환멸과 고통스러운 죽음에 대한 공포밖에 없는 예수의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한 정신에 무섭게 걸맞는 목소리라고도 생각합니다만 그건 객관적 시점이고, 원무를 추는 사람들의 중앙에서 흰 옷의 예수가 솟아오른 그 순간부터 두근반세근반하며 조금 중후한 목소리를 기대했던 S는 테드 닐리가 입을 열자마자 그만 엎어져서 눈물로 카펫을 적셨던 것입니다. 한 옥타브, 아니 딱 반 옥타브만 낮았어도 난 당신의 포로가 되었을 거야아... 유다의 칼 앤더슨은 무지 좋았는데 말이죠. 풀어헤친 가슴팍도 섹시하고 (스읍) (어딜 보냐 임마)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와중에도 The Last Supper와 Gethsemane~I Only Want To Know~만은 귀에 탁 달라붙었습니다. 옙, JCS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면 단연 저 두 개입니다. 저런 심장에 나쁜 곡을 연달아 터뜨려 사람을 잡는 JCS는 정의의 응징(from 대한민국 황대장)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취향이 오소독스합니까? 냅두십시오. 좋은 데 어쩝니까.
이 쓴잔을 거두어가 주소서, 어째서 제가 죽어야만 합니까, 제가 죽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보상이 될 수 있습니까, 정말 저의 죽음은 헛되게 끝나지 않겠습니까,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그것뿐입니다, 대답하십시오 주여!! 하며 고통스럽게 외치는 예수의 Gethsemane도 심히 Good하지만 둘 중에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S는 Last Supper의 손을 들어줍니다. 곯을 대로 곯아터진 예수와 유다의 갈등이 마침내 폭발하는 대목 아닙니까. >_< 이 빵은 나의 몸이며 이 포도주는 나의 피일찌니 너희가 이를 먹고 마시어 나를 기억하리로다, 라며 진중하게 잘 나누어주다 너희들이 날 기억할 거라 믿은 내가 정신이 나갔다면서 예수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면 몇 번을 들어도 등골에 전율이 쫙 흐릅니다. 더 잘할 수도 있었으면서 왜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느냐고 울부짖는 유다도 그렇고요.
아무튼 필이 꽂혔으니 당장에 어둠의 경로를 슥삭슥삭 훑어 MP3를 찾아냈습니다. 끝도 없이 줄줄이 이어지는 MP3의 행렬 속에서 내가 알긴 뭘 아냐 우하하하하 하며 적당히 찍어서 받았는데, S의 뽑기 운이 너무 좋았던지 듣자마자 기쁨에 몸을 떨며 피 칵 토하고 엎어졌더랍니다. 이, 이거야!!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 훨씬 나중에야 경애하는 사이암(psyam) 님의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게 바로 Deep Purple의 리드 보컬로 유명한 이안 길런(Ian Gillan)의 버전이었더군요. 그것도 두 개가 다. 로또 긁어도 되는 거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예이 그렇습니다. 가리늦게 Deep Purple을 찔러본답시고 덤벙거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욕망에 정직한 여자.... 훗)
아무튼 사이암 님이 보우하사 1996년 런던 캐스트 버전과 2000년 출시 뮤지컬 DVD 버전을 한 큐에 꿰어서 듣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숨은 팬이 여기서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사이암 님. 불행히도 런던 캐스팅의 스티븐 발사모는 목소리가 너무 명민하고 똘똘해서 탈락이고 뮤지컬 DVD의 글렌 카터는 또 S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투박하지 뭡니까; 죄송합니다, 쓰잘데기없이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엔 갑자기, 예고도 없이, 이유도 없이, 정말로 느닷없이 영화판 JCS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리우면 보러 가는 것이 순리. 오랜만에 다시 보는 테드 닐리는 여전히 무섭게 뽀대가 나더군요. 그리고는 힉겁했습니다.

"이... 이상해, 처음보다 훨씬 좋다!!!?"

문제의 The Last Supper는 S가 이안 길런 버전에 너무 중독되어 있어서 그저 그랬습니다만, 이렇게 되도록 당신 뭐했느냐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유다의 뺨에 손을 뻗는 예수와 그 손을 움켜쥐고 절규하는 유다의 모습은 여전히 로망 아니, 검은 욕망이 뱃속에서 꿈틀거렸 에이 배 쨉니다. 동인녀 이름 석 자 단 여인네로 그 대목에서 두근거리지 않았던 사람 있으면 어디 나와 보십쇼, 구경 좀 하게-3- 확언하건대 이건 절대로 보편적인 타락이라구요! Sue me! 고소할 거냐!!
아니 뭐 어쨌든, 저것들도 제자라고 퍼지르고 누워 코를 골아대는 놈놈들을 슬프게 바라보던 예수가 홀로 여명이 드리워지는 돌산을 기어오르며 미친 듯이 Gethsemane를 토해내는데 소름이 확 끼치더군요. 지치고 슬픔에 빠진 남자의 처절한 절규. 우와, 진짜로 압도당했습니다. 여인이여, 그대의 귀는 정녕 장식물이오 폼다구런가, 산지가 언젠데 그걸 이제야 깨닫고 있느뇨-_- 테, 테드 씨 미안해요, 고음이라고 쨍알쨍알 불평해서 미안해요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언제 한가할 때 날과 맘을 한꺼번에 잡아서 제대로 감상 좀 해야겠습니다. 소위 귀가 트인다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음, 좋은 경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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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 the guy by the name of O-Othello, the moor of Venice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5/03 19:07

The Complete Works of Shakespeare의 유명한 일명 '오셀로 랩'.

마틴과 오스틴이 인종적 장벽(왜, 민스트럴 쇼라는 게 있구먼) 때문에 오셀로 공연은 불가능하다며 이러쿵저러쿵 변명을 늘어놓자 장난감 배를 갖고 뻘짓하다 쫓겨들어간 애덤이 홀랑 튀어나와 안 되면 되게 하라! 안 되면 리듬으로 때워보자! 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그리하여 그 결과물이란 게.


Here's a story of a brother by the name of Othello,
He liked white women and he liked… green jell-o…
Oh, yeah, yeah, yeah! And a punk named Iago, who made himself a menace
'Cause he didn't like Othello, the moor of Venice
And Othello got married to Desdemona
He took off for the wars and left her alone-a
It was a moana / A groana / He left her alone-a
He didn't write a letter, and he didn't telephone-a
Yeah! Oh, that's so close!
Now, Desdemona / She was faithful, she was chastity tight, she was the daughter of a duke
Yeah, and she was totally white
And Iago loved Desi like Adonis loved Venus
And Desi loved Othello / 'Cause he had a big sword!
Yes, he did. He really did. Yeah!
Iago s-said, I'm gonna shaft the moor
How you gonna do it? Tell us!
Well, I know his tragic flaws, and he's too damn jealous
He's a dupe, a dope, a kind of a schmo
So he found a trump sucker by the name of Cassio
And he plants on him Desdemona's handkerchief
So Othello gets to wonderin' just may if / While he'd been out fightin' / Commandin' an army
Are Desi and Cass playin' hide the salami?
S-S-S-S-Sala-Salami / Yes!!
So he comes back home, he's got the pillow in her face
He kills her and soliloquizes 'bout his disgrace
But there's Emilia at the door, who we met in act IV
Who say, you big dummy, she weren't no whore
She was pure, she was clean, she was virginal, too
So why'd you have to go and make her face turn blue?
It's true! It's you!
Now what you gonna do? And Othello say…
Damn! This is gettin' pretty scary
Pulled out his blade, and committed Hara-kiri
♬Do that funky moor thing, white boy
That is so hot, man.
Iago got caught, but he probably copped a plea
Load up his bag, and moved to Beverly
Hills, that is…

(받아 적느라고 엄청 고생했습니닷;)


보이십니까, 한 큐에 꿰는 오셀로 스토리가 >_<
이로써 당분간 영국 모에는 그치지 않고 불타오를 성 싶습니다. 우오. 모에로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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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plete Works of Shakespeare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5/02 19:09

문유 님의 글을 본 직후.

Oh my Lord!!!

리스닝이 바닥 수준이라는 것도 잊고 즉석에서 카드를 부왁 긁었습니다.
(영어 자막이 있습니다. 다행이지요. 영국 만세 >_<)

....현재 세 번째 돌려보고 있는 중입니다.

You Goddamn British!!
(Here comes her lunacy again, Oh yeah-_-)

In other words, I love you. 아니 이게 아니라.
이 인간들이 나를 아예 때려잡으려고 작정했나! 왈왈왈왈!!!!

셰익스피어에 요만큼, 정말 요~만~큼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필견.
감상은 머리 좀 식으면 올립니다.


덧글. H양, 자네에게 강제로 보여야 할 게 또 늘었군. (훗)

덧글 2. Monty Python and Holy Grail DVD도 같이 왔습니다. 크윽, 말아먹을 영국 놈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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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4/30 12:57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2005년 4월 29일 공개라고!! 우오 부럽다!!
갑니다. 보러 갑니다. 개봉만 하면 보러 갑니다!

....그렇지만 제발 흔해빠진 헐리우드 모험 영화만은 되지 않았기를;;;;;

P.S. 마빈이 엄청 귀엽고 사랑스럽군요. 옆에서 좌절의 늪에 허우적거리며 암흑의 오라를 뿜어댄다 하더라도 저 모양이라면 용서합니다 >_< (게다가 목소리가 앨런 릭맨 씨. -아니 이 사람들이 크로마티를 봤나!? >_<)

........그런데 자포드의 머리 하나는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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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환자(The English Patient).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4/02 18:34

산 지가 언젠데 이제서야 큰맘먹고 봤습니다.

북받치는 열-_-정인지 정-_-욕인질 못 이겨 여자 옷을 부왁 찢어놓고 나중엔 욕조에 웅크리고 앉아 왕 서툰 솜씨로 궁상맞게 걸레가 된 옷 꿰매고 있는 남자가 좋단 말이죠. 우어어 귀엽고녀.

계단부터 창고 안까지 줄지어 늘어놓은 촛불과 성당 장면에서 넉다운.
이놈의 인도인!! 어서 저런 못된 스킬만 배워왔어!!! >_<
로맨틱한 프로포즈에 낭만 따위 품지 않은 줄 알았는데 저런 거라면 한 번 받아봤음 좋겠네요. (아서라 꿈깨라 이년아)

아니나다를까 막판엔 눈물을 바가지로 흘리며 통곡했습니다. 운대가리도 없는 남자 같으니.


P.S. 줄리엣 비노쉬가 별로 안 예쁘다니 농담하시는 거죠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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